지방자치혁신뉴스(jachinews.kr) 2026.07.06 새 글을 보내드립니다.
인도네시아어 '아짜라(acara)'의 사전적 의미는 행사, 일, 주제, 과정 따위다. 그러나 실제 쓰임은 훨씬 넓다. 결혼식, 약혼식, 회의, 입학식, 졸업식, 모임, 연회, 장례식까지 — 사람들이 시간을 정해 모이는 행사를 통틀어 '아짜라'라 부른다. "오늘 무슨 스케줄 있어?" 할 때의 그 스케줄도 아짜라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문화를 말할 때 흔히 '아짜라의 문화'라고들 한다.
아짜라는 필연적으로 많은 사람과 많은 비용을 부른다. 형식과 절차를 중시하는 이곳 정서에서 아짜라는 개인과 집안, 조직의 '권위'와 '격'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오래 이어져 왔다.
'겡시(gengsi)'라는 말도 아짜라 못지않게 자주 쓴다. 위신, 위세, 명성, 체면, 과시를 뜻한다. 긍정적으로는 자존심과 체면을 지키는 일이겠으나, 제 지위나 능력에 맞지 않는 일을 벌이거나 소비하다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종종 본다. 실리만 좇아 위신을 저버리는 것도 문제지만, 분수에 넘치게 낭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경계가 흐릿하기는 해도, 내가 보기에 이곳의 겡시 문화는 다소 후자 쪽으로 기울어 있지 않나 싶다.
겡시는 아짜라와 맞물린다. 겡시의 욕구는 반드시 아짜라로 표출된다. 알리고 싶고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 모임과 잔치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친척은 더 넓게 더 자주 만나고 이웃과의 왕래도 잦아진다. 이것도 일종의 품앗이여서, 초대를 받으면 자신도 비슷한 일이 있을 때 반드시 상대를 부르는 권리이자 의무가 고리처럼 이어진다.
조선시대 양반가의 가장 큰 일이 '봉제사 접빈객'이어서, 일 년 내내 제사상을 차리고 사랑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던 모습이 절로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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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정덕영 · 원작 게재: 2026-07-0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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