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레터] 목민심서로 읽는 지방선거 ⑩·완결 — 지방선거의 계절, 다산에게 묻는다
「목민심서로 읽는 지방선거」 완결편입니다. 열 편의 연재를 마치며, 선거가 끝난 자리에서 다산에게 던지는 마지막 질문입니다. 본지는 다음 호부터 새 본령 시리즈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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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실천 가이드 — 출마자를 위한 다짐 10, 유권자를 위한 당부 10
아홉 번의 여정을 되돌아보며
지금까지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가 오늘의 지방자치에 던지는 메시지를 아홉 차례에 걸쳐 살펴왔다. 아홉 편의 글을 관통하는 질문은 하나였다. '200년 전 다산이 고민한 것이 오늘의 우리 문제와 얼마나 다른가.' 필자의 결론은 '놀라울 만큼 같다'는 것이다.
아홉 편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지방자치는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주민의 삶을 책임지는 자리다. 그리고 그 책임의 무게는 200년이 지나도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연재를 마무리하며 연재에서 나타난 다산의 당부를 출마자와 유권자별로 각각 열 개씩 《목민심서》 원문을 인용하여 선정해 보았다. '단 한 사람의 백성이라도 은택을 입기를 바라던' 다산의 간절한 바람이 오늘에 이어졌으면 한다.
출마자를 위한 10가지 다짐
*진정한 목민관의 자세 — 다산이 출마자에게 보내는 말.*
① 능력이 없으면 탐하지 않겠습니다 (不可以牧民)
雖文學淹博, 不知束吏者, 不可以牧民也.
학문이 아무리 해박해도 아전을 단속할 줄 모르는 자는 백성을 다스릴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장은 행정 실무와 조직 장악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단순한 명성이나 인지도만으로는 지역사회의 적폐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출마에 앞서 '나는 아전(공직 조직)을 이끌 수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② 오직 시민을 두려워하겠습니다 (畏小民)
居官之要, 畏一字而已. 畏義, 畏法, 畏上官, 畏小民.
벼슬살이의 요체는 '두려워할 외(畏)' 자뿐이니, 의와 법, 상관, 그리고 백성을 두려워해야 한다.
권력을 가진 자가 주권자인 시민을 진심으로 두려워할 때 비로소 방자해지지 않고 공정한 행정이 가능합니다. 두려움의 마지막 대상은 언론도 상급기관도 아니라 바로 주민입니다.
③ 청렴을 공직의 기본 의무로 삼겠습니다 (廉者 牧之本務)
廉者, 牧之本務, 萬善之源, 諸德之根.
청렴은 수령의 본래 직무이며 모든 선의 근원이자 모든 덕의 뿌리이다.
청렴하지 않은 자는 공정한 정책을 결정할 수 없으며,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청렴은 출발점이지 도착점이 아닙니다. '청렴하다'는 것만으로 좋은 단체장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④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개혁을 추진하겠습니다 (釐其太甚)
其無大害者, 悉因其舊, 釐其太甚.
크게 해가 없는 것은 옛 관례를 따르고 아주 심한 것만 고친다.
급격하고 무리한 공약보다는 시민에게 실질적으로 큰 고통을 주는 핵심 적폐부터 차근차근 해결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선언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⑤ 나의 게으름이 시민의 고통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百姓罹無涯之苦)
此身苟一日之閒, 百姓罹無涯之苦.
이 몸이 구차히 하루를 한가하게 보내면, 백성은 한없는 괴로움을 당한다.
단체장의 부지런함과 현장 중심의 행정이 곧 지역 민생의 질과 직결됩니다. '내가 쉬는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해결되지 않는 고통의 하루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⑥ 부당한 압력에 맞서 시민의 이익을 지키겠습니다 (戴民以爭)
上司雖尊, 戴民以爭, 鮮不屈焉.
상사가 비록 존엄하나, 백성을 앞세워 다투면 굴복하지 않는 이가 적다.
중앙정부나 각종의 제도가 지역 주민에게 해가 된다면 소신 있게 맞서 싸우는 것이 지방자치단체장의 도리입니다. 주민을 앞세워 다투는 것이 다산이 허용한 유일한 '싸움'이었습니다.
⑦ 주변인과 가족의 청탁을 철저히 차단하겠습니다 (干謁不行)
干謁不行, 苞苴不入, 斯可謂正家矣.
청탁이 행해지지 않고 뇌물이 들어오지 못한다면 집을 바로잡았다고 할 수 있다.
공직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측근의 권력 개입을 막는 것이 공정 행정의 시작입니다. '내 사람'이기에 봐주는 행정이야말로 가장 빠른 부패의 경로입니다.
⑧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를 행정의 핵심으로 삼겠습니다 (振窮寬疾)
鰥·寡·孤·獨, 謂之四窮... 眞爲窮人之無所歸者, 於是乎官養之.
사궁과 의지할 곳 없는 이들을 관에서 직접 돌보아야 한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지역 공동체의 소외된 이웃을 보호하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입니다. 복지는 재원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와 우선순위의 문제입니다.
⑨ 예산을 아껴 시민의 혜택으로 돌려주겠습니다 (節用愛民)
節用者, 愛民之先務也.
절용은 백성을 사랑하는 데 있어서 맨 먼저 힘써야 할 일이다.
불필요한 과시용 사업을 줄이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시민에게 실질적인 복지 혜택을 주는 길입니다. 화려한 시설보다 조용한 절약이 더 많은 주민의 삶을 바꿉니다.
⑩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절차를 제도화하겠습니다 (採其公議)
採其公議 以定饒戶.
공적인 논의를 채택하여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민 대표를 참여시키고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을 정책결정의 1순위로 삼겠습니다.
유권자를 위한 10가지 당부
*주권자의 책임과 권리 — 다산이 유권자에게 보내는 원전의 말.*
① 잘못된 행정에 침묵하지 마십시오 (擧其弊以抗於官)
官之不眀也, 民不善爲其謀, 擧其弊以抗於官也.
관청이 밝지 못한 것은 백성이 폐단을 들어 항거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행정의 오류나 비리를 지적하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때 행정이 투명해집니다. 침묵은 동의가 아니라 공범입니다. 다산은 말했습니다. 관청이 어두운 것은 백성이 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② 좋은 정책은 스스로 다투어 지키십시오 (民必爭之)
後人雖欲改之, 民必爭之, 未易毀也.
후임자가 비록 고치려 하더라도, 백성들이 다투어 지킨다면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
좋은 제도와 정책이 정권 교체나 관료의 농간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시민 스스로 감시자가 되어야 합니다. 다산이 민고절목을 세 부 작성한 것도 바로 이를 위해서였습니다.
③ 자신이 가진 주권의 무게를 깨달으십시오 (隆重如山)
天下之隆重如山者, 亦小民也.
천하에서 태산처럼 높고 무거운 존재 또한 백성이다.
유권자 한 명의 표가 모여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거대한 산과 같은 힘이 됩니다. 다산은 '가장 작고 조용한 사람들'이 천하에서 가장 무거운 존재라고 했습니다. 그 무게를 자각하십시오.
④ 행정의 정보를 투명하게 요구하십시오 (俾民曉然)
翻以土書, 俾民曉然.
백성이 잘 알도록 한글로 번역하여 알린다.
다산이 어려운 한자를 한글로 번역해 알렸듯, 현대의 유권자도 예산서·정책문서·계약서를 알기 쉽게 공개할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모른다'는 상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⑤ 대표를 뽑는 일에 신중을 기하십시오 (擧賢不可忘)
擧賢者, 守令之職... 擧賢不可忘也.
인재를 천거하는 것은 수령의 직무이니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후보자의 지식뿐만 아니라 인품과 덕행, 조직 장악력을 꼼꼼히 따져야 합니다. 조선은 수령 한 명을 선발하기 위해 7단계 검증을 거쳤습니다. 유권자의 한 표는 그 모든 검증을 대신하는 행위입니다.
⑥ 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하십시오 (一坊各具一狀)
一坊中識務者五·六人, 齊會一處, 商議條列, 具狀以來.
마을의 일을 잘 아는 이들이 모여 의논하여 문서를 제출하라.
다산이 마을 대표를 참여시켰듯, 시민들도 주민참여예산제·공청회·주민투표 등 지자체 정책 결정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참여하지 않는 시민에게는 불만을 토로할 자격도 줄어듭니다.
⑦ 겉모습보다는 실무 능력을 보십시오 (不親細事)
妄自驕重, 不親細事... 以病生民.
망령되이 교만하여 자잘한 실무를 돌보지 않으면 백성을 괴롭히게 된다.
화려한 언변이나 배경보다는 지역 현안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행정 역량을 평가해야 합니다. 지방자치는 정치가 아니라 생활 행정입니다. 생활 문제는 세부 사항에서 해결됩니다.
⑧ 이웃과 연대하여 공동체를 돌보십시오 (隣里相恤)
隣里親戚, 可以相恤.
이웃과 친척이 서로를 구휼해야 한다.
모든 복지를 관에만 의존하기보다, 지역 공동체 내에서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건강한 지방자치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관이 못 보는 곳에서 이웃이 보입니다.
⑨ 공정하게 세금이 쓰이는지 감시하십시오 (視公如私)
視公如私, 斯賢牧也.
공금을 내 돈처럼 아끼는 자가 현명한 수령이다.
내가 낸 세금이 낭비되지 않고 공평하게 부과·집행되는지, 특정 계층만 이익을 보지 않는지 철저히 감시해야 합니다. 예산은 정치인의 돈이 아니라 주민의 돈입니다.
⑩ 선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감시하십시오 (常常考閱)
須用紙簽, 條條付之, 常常考閱.
종이표를 붙여가며 항상 조사하고 검토한다.
선거 때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예산은 투명하게 관리되는지 시민이 끊임없이 확인해야 행정이 타락하지 않습니다. 다산은 '항상 검토하라(常常考閱)'고 했습니다. 선거 이후도 유권자의 역할은 끝나지 않습니다.
다산의 마지막 말
열 차례의 연재를 마친다. 처음 이 연재를 시작할 때 가졌던 물음은 단순했다. 200년 전 다산이 유배지에서 쓴 40만 자의 책이 오늘의 지방선거에 무슨 말을 할 수 있는가. 열 편의 글을 쓰고 나서 그 답을 확신한다. 다산의 말은 오늘에도 유효할 뿐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오늘날의 어떤 정치 선언보다 더 날카롭고 실질적이고 효율적이다.
다산이 말한 것의 핵심은 결국 하나다. 권한의 크기가 책임의 크기를 결정하지 않는다. 제한된 조건과 권한 속에서도 주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목민(牧民)의 본질이고 다산은 200년 전 이미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아래 전하는 다산의 외침이 출마자와 유권자에게 한 글자라도 닿았으면 하는 것이 연재를 마치는 필자의 바람이다.
▶ 출마자에게 던지는 다산의 메시지
自我爲首, 倡此義聲, 不亦快乎
내가 먼저 나서서 이 의로운 소리를 외치는 것, 또한 통쾌하지 않은가.
— 다산 정약용
▶ 유권자에게 던지는 다산의 메시지
官所以不明者, 民工於謀身, 不以瘼犯官也
관청이 밝지 못한 것은 백성이 자신의 이익만 꾀하여 폐단을 들어 관청에 항거하지 않기 때문이다.
— 다산 정약용
필자: 하종삼 · 목민심서연구소 대표 · 원작 게재: 2026-05-28 · 지방자치혁신뉴스(jach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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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호는 지방자치혁신뉴스(jachinews.kr) 게재 칼럼을 그대로 큐레이션한 것입니다.
원성묵 지방자치혁신연구원 원장 · 지방자치혁신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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