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레터] 목민심서로 읽는 지방선거 ⑦ — 약자의 편에 서는 것이 왜 옳은가
지방자치혁신뉴스에 연재된 하종삼 대표의 「목민심서로 읽는 지방선거」 ⑦편을 보내드립니다. 행정이 누구를 먼저 살펴야 하는가에 관한 다산의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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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애민(愛民), 시혜가 아니라 법적 의무다 — 《목민심서》가 말하는 큰 정부의 철학
시혜가 아니라 의무다 — 사회복지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지방자치단체 재정의 거의 대부분은 복지재정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복지의 문제를 시혜의 관점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많은 후보들이 말하는 "취약계층을 따뜻하게 돌보겠다"는 이 문장 속에는 은연중 시혜(施惠)라는 시선이 깔려 있다.
다산은 이 시선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목민심서》 애민(愛民) 진궁(賑窮) 조에서 다산이 말하는 사궁(四窮) — 홀아비(鰥)·과부(寡)·고아(孤)·독거노인(獨), 즉 사회적 약자 — 에 대한 지원은 수령의 선택적 덕목이 아니다. 조선이라는 국가에 있어 그것은 법으로 규정된 지방관의 의무 사항이었다. 그리고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관리는 장(杖) 60대의 처벌을 받았다.
시혜와 의무의 결정적 차이
시혜는 베풀 여력이 있을 때 하는 것이다. 의무는 그런 조건과 관계없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다. 다산과 조선의 법전이 선택한 것은 후자였다. 이 글은 그 선택이 갖는 의미를 오늘의 지방자치 현장에서 되짚어 보는 것이다.
사궁(四窮)이란 누구인가 — 조선이 정의한 사회적 약자
《목민심서》 애민 진궁 조에서 다산은 국가가 돌봐야 할 사회적 약자의 범위를 정밀하게 규정한다. 막연히 "가난한 사람을 도우라"는 것이 아니다.
"수령은 사궁(四窮)을 선정하는 데 세 가지 관찰할 것이 있으니, 첫째 나이요, 둘째 친척이요, 셋째는 재산이다."
— 《목민심서》 애민 진궁(賑窮)
나이, 친족의 유무, 재산 —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극빈 상태여야 비로소 관이 직접 개입한다는 것이다. 자력 가능자, 부양 가능한 친족이 있는 자는 먼저 사적 안전망을 통해 해결하되 관이 그 이행을 감독한다. 오늘날의 사회복지 수급자 선정 기준 — 소득 기준, 부양의무자 기준, 재산 기준 — 이 이미 200년 전 다산의 기준과 구조적으로 동일하다는 사실은 놀랍다.
鰥(환) · 寡(과) · 孤(고) · 獨(독) = 四窮(사궁)
환(鰥, 아내 없는 홀아비) · 과(寡, 남편 없는 과부) · 고(孤, 부모 없는 고아) · 독(獨, 자식 없는 독거노인). 여기에 독질(篤疾, 중증 장애), 폐질(廢疾, 만성 질환)이 있는 빈궁한 자가 추가된다. 오늘날의 용어로 바꾸면 한부모 가정, 고아, 독거노인, 중증 장애인이 핵심 보호 대상이었다. 시대를 초월한 사회적 취약 계층의 정의다.
법전에 새겨진 복지 의무 — 《경국대전》과 《전율통보》의 규정
다산이 약자 보호를 의무로 규정한 것은 그의 개인 사상만이 아니었다. 이미 《경국대전》과 법률을 모아 놓은 《전율통보》에 구체적인 국가 복지 의무로 법조문에 명시되어 있던 내용이다.
《전율통보》 제3권 예전(禮典) 제12조 혜휼(惠恤) 조항은 조선의 사회복지 법제를 집대성한 조문이다. 그 내용을 현대적 복지 항목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기초 생활 지원의 측면에서, 친족이 없이 구걸하는 노인과 보살펴 줄 사람이 없는 노인에 대해서는 예조가 임금에게 계문(啓聞)하여 의복과 식량을 헤아려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아동 보호의 측면에서는 구걸하는 아이는 10세까지, 길가에 버려진 아이는 3세까지 진휼청에서 맡아 길렀다. 버려진 아이에게는 구걸하는 여인 중 젖이 나오는 사람을 유모로 배정하고, 아이 두 명당 유모 한 명을 붙여 매일 쌀·간장·미역을 지급했다. 옷이 없으면 만들어 주고, 질병이 있으면 혜민서에서 치료했다. 의료 지원의 측면에서는 병자가 오부(五部)에 치료를 호소하면 즉시 월령의(月令醫)를 보내 치료하고, 가난하여 약을 살 수 없는 자에게는 관아에서 약을 지급했다.
그리고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관리에 대한 처벌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홀아비, 과부, 고아, 독거노인, 독질(篤疾)이 있는 사람, 폐질(廢疾)이 있는 사람으로 빈궁하고 의지할 친척이 없는 자에 대해 관사에서 거두어 부양하지 않은 경우는 장(杖) 60이다. 의복이나 식량을 지급해야 하는데 관리가 떼어먹은 경우는 감수자도율(監守自盜律)로 논한다."
— 《전율통보》 제3권 예전 제12조 혜휼 제4항
복지 수혜자에게 지급해야 할 의복과 식량을 관리가 착복하면 공금 횡령죄로 처벌한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오늘날의 사회복지 급여 부정 수급 처벌 조항과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관리도, 급여를 착복한 관리도 모두 형사 처벌의 대상이었다. 복지가 시혜가 아닌 법적 의무임을 이보다 더 명확하게 보여주는 조항은 없다.
실록이 굶주린 자와 병든 자를 기록한 이유
조선왕조실록에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기록들이 있다. 흉년이 든 해, 전염병이 돈 해마다 굶어 죽은 자의 수, 병들어 죽은 자의 수, 길에서 사망한 유랑민의 수가 구체적인 숫자로 기록되어 있다. 단순한 사실 기록이 아니다. 왕과 조정이 이 숫자를 직접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굶주려 죽은 사람의 수와 병들어 죽은 사람의 수를 실록에 기록한다는 것은, 그 숫자가 국가 운영의 핵심 지표였다는 의미다. 환언하면, 조선은 사회적 약자의 생존 여부를 국가 책임의 영역으로 인식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산은 큰 정부주의자였다 — 행정 범위의 확장
다산의 정치·행정 사상을 흔히 작은 정부 지향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경세유표》에서 관직의 축소와 행정 효율화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절반의 진실이다.
관직의 수나 규모의 측면에서 다산은 분명 작은 정부를 지향했다. 그러나 국가가 책임져야 할 행정의 범위, 즉 국가의 기능 범위에 있어서는 다산은 명백히 큰 정부주의자였다. 사회복지의 영역, 의료 지원의 영역, 아동 보호의 영역 — 이 모든 것을 국가 행정의 당연한 범주로 포함시켰다.
200년 전 지방관의 사무 목록
오늘날의 행정 범주로 말하면 노인 복지, 아동·청소년 복지, 기초 생활 보장, 의료 급여, 재난 지원이다. 이 모든 것이 200년 전 지방관의 당연한 사무 목록에 들어 있었다. 그리고 이 사무들은 수령이 하면 좋고 안 해도 그만인 사항이 아니라, 수령 고과 평가 54개 조항에 포함된 의무 사무였다.
민원은 행정 실패의 신호다 — 다산의 민원 행정론
다산이 말하는 한 구절은 민원을 바라보는 다산의 시각이 얼마나 근본적으로 다른지를 보여준다.
"백성들이 와서 호소하는 것은 억울함이 있기 때문이다. 군포(軍布)의 일로 호소하면 나의 군정(軍政)이 잘못된 것이요, 전세(田稅) 문제로 호소가 있으면 나의 전정(田政)이 잘못된 것이요, 요역(徭役)의 일로 호소가 있으면 이것은 내가 부역을 공평하게 매기지 못한 것이요, 백성들이 재물을 빼앗기고 호소하는 일이 있으면 이것은 아전들을 단속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백성들의 호소를 보고서 내가 잘 다스리는지, 잘못 다스리는지 알 수 있다."
— 《목민심서》 부임 이사(莅事)
민원은 수령의 행정 실패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것이다. 군포 민원이 많으면 군정이 잘못된 것이고, 세금 민원이 많으면 전정이 잘못된 것이다. 민원의 종류와 빈도를 분석하면 행정의 어느 부분이 실패했는지를 진단할 수 있다.
이 논리는 오늘날의 행정 품질 관리 이론과 정확히 일치한다. 고객 불만이 서비스 실패의 지표인 것처럼, 주민 민원은 행정 실패의 지표다. 민원을 줄이려면 민원인을 막을 것이 아니라 민원의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다산은 200년 전에 이 원리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특히 약자와 관련된 민원 — 토호의 횡포, 아전의 수탈 — 에 대한 다산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 민원이 발생했다는 것은 목민관이 약자를 보호하는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약자의 편에 서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민원이 없는 행정을 만들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토호와 유생의 특권을 막다 — 약자 보호의 제도적 전제
약자의 편에 서는 것은 약자에게 무언가를 베풀어 주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전에 강자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 다산은 이 점에서도 구체적이다.
다산은 부임하는 수령에게 지역 유생들의 관아 출입을 제한하라고 명확히 서술한다.
"현임 향교 유생들은 서로 만나게 되겠지만, 사철 첫달의 분향은 내가 몸소 거행할 것이요, 봄·가을의 석채(釋菜)도 내가 몸소 거행할 것이니, 그날에는 서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때때로 백일장(白日場)을 열어 선비들을 시험할 적에 재임(齋任)은 예의상 압반(押班)해야 할 것이니 그날은 서로 보게 될 것이요, 또 백성의 일이나 고을의 폐단에 대해서 공론을 알고자 하면 내가 응당 부를 것이니 그날 서로 보게 될 것이다. 제군들은 관아에 와서 청알(請謁)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목민심서》 부임 상관(上官)
유생이 관아에 드나들며 청탁을 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이것이 왜 약자 보호와 연결되는가? 당시 지역 유생과 토호들은 면세·면역의 특권을 누리거나 아전과 결탁하여 가난한 백성들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었다. 이 구조를 깨지 않으면 아무리 구휼 정책을 펴도 혜택이 정작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앞선 연재에서 살펴본 삼정의 문란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은결(隱結)의 혜택을 누리고, 서원(書院)의 면세 혜택을 향유하고, 군포를 회피하는 기득권층의 특권이 유지되는 한, 그 부담은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된다. 다산이 계방(契坊) 혁파, 서원 조사, 가짜 양반첩 적발을 강조한 것은 단순한 탈세 방지가 아니라, 약자 보호를 위한 구조적 선행 조건이었다.
이 논리는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복지 예산을 늘리는 것만이 약자 보호가 아니다. 특혜와 편법을 차단하고 공정한 행정을 실현하는 것 자체가 약자 보호의 핵심이다. 다산이 공정(均)을 최고의 복지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산과 조선이 선택한 것 — 큰 정부의 철학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종합하면 하나의 일관된 방향이 보인다. 조선은, 그리고 다산은, 사회적 약자의 보호를 국가의 선택적 과제가 아니라 필수적 임무로 보았다. 이것을 현대 정치·행정학의 언어로 표현하면 큰 정부(Big Government)의 철학이다.
큰 정부란 정부 조직의 규모가 크다는 의미가 아니다. 국가가 책임지는 사무의 범위가 넓다는 의미다. 시장과 사적 영역에 맡기기 어려운 사회적 위험 — 빈곤, 질병, 재난, 아동 방치, 노인 고독사 — 에 국가가 직접 개입하고 책임진다는 철학이다.
다산은 관직의 수를 줄이자고 했다. 그러나 노인을 굶기지 말고, 버려진 아이를 거두고, 병든 백성에게 의원을 보내고, 토호의 횡포에서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효율적인 작은 정부의 조직 속에서 넓은 범위의 공적 책임을 수행하는 것 — 이것이 다산이 그린 이상적인 지방 행정의 모습이었다.
작은 조직 + 넓은 책임 = 다산의 큰 정부
조직은 작게, 책임의 범위는 넓게. 단체장들이 재정 부담을 이유로 복지 사업을 축소할 때, 그것이 효율적 행정인가 아니면 의무의 방기인가를 따지는 기준이 여기서 나온다. 다산의 대답은 분명하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공정한 행정으로 재원을 만들어라. 특권층의 면세·면역을 혁파하면 재원이 생긴다. 그 재원으로 사궁을 돌보는 것이 목민관의 의무다.
유권자와 출마자에게 — "약자의 편"이라는 말의 무게
지방선거철마다 등장하는 복지 공약들을 다산의 시각으로 다시 읽으면 물어야 할 것이 달라진다.
출마자에게 던지는 세 가지 질문
① 복지를 시혜로 보는가, 의무로 보는가. "취약계층을 따뜻하게 돌보겠다"는 말의 이면에 베풀어주는 사람과 혜택을 받는 사람의 위계가 전제되어 있다면, 그것은 다산이 말한 목민관의 자세가 아니다. 사궁을 돌보지 않은 관리에게 장 60대를 쳤던 조선의 법 정신은, 복지가 단체장의 선한 의지가 아니라 주민의 권리이고 공직자의 법적 의무라는 것을 말한다.
② 강자의 특권을 차단할 의지가 있는가. 복지 예산을 늘리는 것과 공정한 행정을 실현하는 것 — 이 두 가지를 함께 추진하지 않으면 복지의 혜택은 정작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지 않는다. 지역 이권 세력, 기득권 집단의 불법·편법을 묵인하면서 복지를 말하는 것은 앞의 연재에서 살펴본 은결·계방의 문제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다.
③ 행정의 문턱을 낮출 구체적 계획이 있는가. 다산이 "밥 먹을 때도 백성이 찾아올 수 있어야 한다"고 한 것은, 복지 서비스의 접근성이 보장될 때 비로소 제도가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제도는 있지만 신청이 어렵고, 행정의 최일선에서 대상자를 발굴하는 노력이 없다면 복지 제도의 의미는 크게 퇴색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권자에게 던지는 질문 — 후보가 내세우는 복지 공약이 새로운 예산을 필요로 하는 사업 중심인가, 아니면 기존 행정의 공정성을 높여 사각지대를 없애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가. 화려한 신규 사업 공약보다 지금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웃을 찾아내는 발굴 행정의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다산은 말한다. 약자의 편에 서는 것은 선량한 정치가의 덕목이 아니라, 목민관이라면 반드시 이행해야 할 법적 의무이며 행정의 기본이라고.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곤장이고, 그 의무를 위한 재원을 착복하면 공금 횡령이라고.
200년 전 조선의 법전이 이미 그렇게 규정했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후보자들도 그 의무를 피해갈 수 없다.
필자: 하종삼 · 목민심서연구소 대표 · 원작 게재: 2026-05-14 · 지방자치혁신뉴스(jach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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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호는 지방자치혁신뉴스(jachinews.kr) 게재 칼럼을 그대로 큐레이션한 것입니다.
원성묵 지방자치혁신연구원 원장 · 지방자치혁신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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