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레터] 본지 칼럼 큐레이션 #2 — 우리가 몰랐던 목민심서 + 서울 정원오
---
제한된 자치권 내에서의 적극행정과 공정행정
우리가 역사를 보면서, 특히 조선을 보면서 갖고 있는 가장 큰 착각이 있다. 왕이나 수령이 절대적 권력을 갖고 있다고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는 근대 이전 대부분의 국가에는 통용될 수 있을지 모르나 조선에만은 이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
조선이라는 사회는 이 시기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경국대전』이라는 종합법전으로 나라를 운영한 법치주의 국가였다. 이는 경국대전의 모법인 대명률을 만든 중국도 해내지 못한 일이었다.
"그런 것도 법전에 있단 말이요?"
— 천만관객을 동원한 영화 「왕의 남자」에서 연산군의 한마디. 조선에서 법과 임금의 위치가 정확하게 들어 있다.
즉 조선에서 왕은 동시기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법의 지배를 받는 존재였다. 권력에 있어 가장 대표적인 인사의 문제 하나를 예로 든다면, 왕의 인사권은 생각보다 초라해서 신하들이 올린 세 명의 후보(三望) 중 한 명을 선택(落點)하는 데 머문다. 왕이 낙점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서경(署經)이라고 현대의 청문회와 비슷한데 여기서 통과하지 못하면 왕이 임명했지만 임명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인사뿐 아니라 재정이나 법률의 개정 역시도 왕에게 전권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근대 이전의 사회에서 조선은 중앙집권을 완성했지만 절대권력이 존재하지 않았던 거의 유일한 국가라 할 수 있다.
초라한 수령의 권한
왕이 이 같은 존재인데 지방관인 수령이 절대권력을 가질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조선의 수령이 입법·사법·행정의 3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단순 형식상의 논리일 뿐, 실내용으로 들어가면 조선 수령의 권한은 현대의 지방자치단체장보다 초라하다.
가장 왜곡되어 있는 형벌의 문제를 보자. 변사또가 춘향이에게 곤장을 치고 옥에 가두고, 사형을 언도하는데 이건 소설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조선 수령이 실제로 할 수 있었던 일
• 형벌 — 태형 50대까지만 가능. 장형 이상은 관찰사 소관
• 옥(獄) 수감 — 장 이상 장 이상에 해당하는 죄수가 수감 대상. 최종 결정권자는 관찰사
• 사형(死刑) — 수령은 물론 관찰사도 불가능. 오직 임금 1인의 권한
• 인사 — 보좌진 임명권 없음. 행정실무는 '늘공'인 아전들과만
• 재정 — 세목 추가·증세 일체 금지. 위반 시 장오죄(贓汚罪)로 처벌
• 입법 — 법의 틀 내에서 절목(節目, 현재의 조례)만 손볼 수 있음
변사또의 권한으로는 곤장도, 옥살이도, 사형도 할 수 없다. 동시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조선만이 사형의 권한은 임금 1인에게만 있었다. 이 세 가지 사안 모두 정3품 도호부사인 변사또의 권한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인사(人事)의 권한 역시 아무것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령이 독자적으로 임명할 수 있는 보좌진은 없다. 행정실무는 지금 식으로 말하면 '늘공'인 아전들과만 해야 한다. 재정(財政)적 권한 역시 한계가 있어 지방관이 마음대로 세목을 늘리거나 다른 명목으로 함부로 백성들 돈을 걷어들일 수 없다. 이런 수령은 장오(贓汚)죄로 처벌된다. 입법의 권한 역시 법의 틀 내에서 '절목(節目, 현시대의 조례)'을 바꿀 수 있을 뿐이다.
입법·사법·행정의 3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냥 무늬일 뿐이다.
국가 사무인 삼정(三政)의 문란
다산이 목민심서를 집필하던 19세기 초 백성의 가장 큰 고통을 흔히 '삼정의 문란'으로 표현한다. 삼정(三政)이란 전정(田政)·환정(還政)·군정(軍政)이다. 목민심서는 이 삼정의 문란으로 고통받는 백성을 구제하는 구체적인 방법이다.
삼정은 국가 재정의 기본 수입원이다(환정은 원론적으로 세금이 아니지만 세금처럼 운영되었으므로 별도의 구분을 하지 않는다). 삼정이 문란하다는 것은 국가 운영의 기초가 되는 국가 재정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이다.
量入爲出 (양입위출)
"수입을 헤아려 지출을 결정한다." — 조선 재정의 기본 원칙. 그러나 임진왜란·병자호란 이후 이 원칙은 무너지고 '양출위입(量出爲入)'으로 전환된다.
조선의 재정 원칙 역시 양입위출인데, 문제는 조선 후기 들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조선 사회가 군비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으면서 이 시스템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양입위출이 아니라 양출위입의 재정 방식으로 전환된다.
군정을 예로 들어 보자. 군정에서 지방관의 역할은 15세 이상 60세 이하 양인 장정의 수에 맞춰 군포를 거둬 국가에 상납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국가가 막대한 군비를 충당하기 위해 지출을 먼저 결정하고 이에 따라 이를 지방에 납입할 액수를 분배한다. 양출위입이다. 그러므로 지방에 분배되는 군포의 숫자는 애시당초 고을 장정의 숫자와 일치할 수 없다. 수령으로서는 이 숫자를 채우기 위해 군포를 내지 않아도 되는 대상을 무리하게 군적에 포함시키는 백골징포(白骨徵布)나 황구첨정(黃口簽丁)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린다.
전정과 환정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에 바쳐야 할 액수가 정해져 있고(전정), 민간에 나눠져야 할 수량이 정해져 있다(환정). 문제는 이 배정된 숫자가 국세의 영역이라 지방관인 수령에게 줄일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삼정의 문란이란 백성의 입장에서 보자면 본래 내야 할 세액 이외 더 많은 부담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답은 백성들에게 과중하게 부과된 액수를 줄여주는 것이지만, 앞서 말한 대로 이는 국세 즉 국가 사무의 영역으로 일개 지방관이 어쩔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렇게만 보면 권한이 약한 수령이 백성을 구제할 수 있는 길이 없어 보인다.
다산이 백성을 구한 방법 — "공평하게 하라"
백성들 고통의 근본적 책임이 국가에 있고 지방관의 권한 밖의 일이니, 지방관은 그냥 임기만 채우고 가더라도 원칙적으로 잘못한 것은 아니다. 잘못은 국가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산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백성들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고, 명쾌하게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줄여줄 수 없다면 공평하게 하는 것 — 이것이 다산의 답이다.
부당하게 면세(免稅)하고 탈세(脫稅)하는 계방(契坊)을 혁파하고, 점촌(店村)을 조사하고, 서원(書院)을 조사하고 가짜 양반첩을 조사하는 일이다.
— 다산 정약용, 『목민심서』 호전(戶典) 평부(平賦)
근본적으로 삼정의 문란을 바로잡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가난한 백성들에게 편중(偏重)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공평하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가? 반문할 수 있겠지만, 공정한 행정의 결과는 거의 절대적이다. 다시 군정을 예로 들어 보자.
균역법 시기 vs. 다산 당시 — 군포 부담의 실제
• 균역법 실시 당시: 50만 호가 져야 할 부담을 10만 호가 지고 있었다. 부담이 5배 편중
• 다산 당시(19세기 초): 군포 납부 대상자가 균역법 초기의 4배인 200만 명으로 늘었다는 기록
• 즉 다산 당시 백성의 실제 부담은 균역법 초기의 2배 곱절
• 다산의 방식대로 단순화하면, 공평하게 하는 것만으로 부담 1/10 감소 가능
균역법을 실시할 당시 기록에 의하면 50만 호가 져야 할 부담을 10만 호가 지고 있다고 할 정도였으니, 백성들의 부담이 단순히 줄어드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수치상 5분의 1로 부담이 감해진다. 더구나 다산이 목민심서에서 말한 바는 당시 군포 납부 대상자의 수가 균역법을 실시하던 초기와 비교해서 네 배인 200만에 이른다고 했으니, 다산 당시의 백성들 부담은 균역법 실시 때의 곱절에 이른다고 할 수 있다.
다산의 방식대로 단순화한다면 공평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백성들 부담의 10분의 1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정도라면 백성들이 부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즉, 공평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백성들을 도탄(塗炭)에서 구제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전정도 환곡도 마찬가지다. 해당 고을 백성들에게 부과된 총액을 일개 수령이 바꿀 수는 없다. 다만, 공평하게 해서 억울한 백성을 최소한으로 만들 뿐이다. '공평하게 한다'고 표현하면 그 효과가 미미한 듯 보이지만, 백성들이 입는 혜택은 결코 미미하지 않다. 만약 백성들이 입는 혜택이 미미하다면 다산이 이 책을 쓸 이유가 없을 것이다.
21세기 화두 — 적극행정과 공정행정
21세기 대한민국 공식사회의 화두는 적극행정과 공정행정이다. 더구나 국민들과의 접촉점이 가장 많은 지방자치단체에 있어 이 두 가지의 문제는 더욱 강조되어야 하는 가치임이 분명하다.
다산이 목민심서에서 백성을 구제하는 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거창한 제도 개혁이 아니었다. 국가 제도가 잘못되어 있고 수령에게 그것을 근본적으로 고칠 권한이 없더라도, 백성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자신에게 허용된 권한 안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늘날의 지방자치 현장 역시 마찬가지다.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국가의 제도나 재정을 마음대로 바꿀 권한은 없다. 그러나 주민들이 겪는 많은 문제들은 제도를 바꾸지 않더라도 행정의 태도와 집행 방식에 따라 상당 부분 달라질 수 있다. 행정이 공정하게 집행되면 특권과 편법이 줄어들고, 그만큼 평범한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다산이 200년 후의 우리에게 남긴 교훈
권한이 크지 않다고 해서 책임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한된 권한 속에서도 주민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애쓰는 행정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행정이다.
따라서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도 분명하다. 후보가 얼마나 거창한 공약을 내놓는가가 아니라, 과연 공정하고 책임 있는 행정을 할 사람인가 하는 문제다. 지방자치는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주민의 삶을 책임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 유권자에게 묻는다
지방자치는 정치가 아니라 생활 행정이다. 그리고 좋은 생활 행정은 결국 공정하게 일하는 행정가를 선택하는 데서 시작된다. 200년 전 다산이 권한 없는 수령들에게 던진 질문은 오늘 우리가 후보자에게 던져야 할 질문과 다르지 않다. 그는 거창한 공약을 내세우는 사람인가, 아니면 작은 권한 안에서도 공정하게 일할 사람인가?
필자: 하종삼 · 목민심서연구소 대표 · 원작 게재: 2026-04-20 · 지방자치혁신뉴스(jachinews.kr)
📖 jachinews.kr 원문 보기 →
---
---
본지 본선 환산법 ― 본선 격차 +10%p 유효, 강남 4구 결집도가 ±3%p 진동시킨다
발행인 칼럼 | 재발행 2026. 5. 1. / 원발행 2026. 4. 30. 18:25
▶ 시리즈 ⓪편 발행인 칼럼 — 「6·3, 두 장의 투표용지 — FCIA APEX 정밀진단 시리즈를 시작하며」
본지의 본선 환산법(인구 40 · 정책 45 · 이슈 15 가중)으로 분석한 결과, 정원오 민주당 후보의 여론조사 50%대 우위는 본선 격차 +10%p로 절삭된다. 강남 4구 결집도에 따라 ±3%p의 진동이 따른다.
용어 안내
본 시리즈에서 사용하는 두 축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전문 정의는 시리즈 ⓪편 방법론 박스를 참조한다.
여론조사 표면 격차 — 평균 +14~16%p
4월의 주요 여론조사는 정원오 후보의 우위를 일관되게 보여 줬다.
표면 격차 평균은 +14~16%p이다. 다만 본선 환산법을 적용하면 그 의미가 재평가된다.
인구 가중(40%)
서울 유권자 인구 구조는 다음과 같다.
핵심 변수는 자치구별 분화다.
강남 4구가 평소보다 1~2%p 강하게 결집할 가능성을 보정하면, 인구 가중에서 정원오 우위는 +13.5%p로 절삭된다.
정책 가중(45%)
정원오의 정책 자산.
1. 성동구청장 12년의 행정 효능감 — '스마트 행정가' 브랜드. 한강 데이터 시범사업, 성수 IT밸리 조성, 청년주택 사업. 성동구 주민 만족도 4년 연속 70%대.
2. 재건축·재개발 균형론 — 강북 개발과 강남 자산가치 보호 사이의 줄타기. 강남 4구에서 정원오 지지 28~32% 기록(동아일보 4월 조사). 재산권 보호 메시지가 강남 보수 일부에 작동.
오세훈의 약점. 한강 르네상스 2.0과 GTX 가속화가 주요 정책이지만 행정 연속성 명분이 약화되고 있다. 서울시민 만족도 4월 평균 41%로 재선 추진 동력 대비 낮다.
평가 — 정책 가중에서 정원오 +9%p 우위.
이슈 가중(15%)
이재명 정부 국정 긍정평가는 한국갤럽 4월 조사 기준 59~62%다. 동반효과는 +3~5%p로 추정된다.
다만 본선 D-14~D-7 구간에 외부 보수 결집 변수가 활성화되면 -2%p 보정이 필요하다. 가능한 트리거는 다음과 같다.
평가 — 이슈 가중 정원오 +3.5%p 우위(보수적 판단).
종합 — 본선 시뮬레이션
| 가중치 | 정원오 절대 우위 | 가중 후 | |
|---|---|---|---|
| 인구 40% | +13.5%p | +5.40%p | |
| 정책 45% | +9.0%p | +4.05%p | |
| 이슈 15% | +3.5%p | +0.52%p | |
| 본선 환산 종합 | — | +9.97%p |
본선 격차 약 +10%p. 여론조사 평균 +14~16%p에서 본선 +10%p로 절삭되는 것이 V3.2의 보수적 재산정 결과다. 정원오 우세는 유효하지만 안전권 +15%p에는 미달한다.
SPM 32셀 — 강남 4구 분기
본선 격차 +10%p는 강남 4구 표심에 따라 ±3%p 변동한다. 핵심 클러스터는 40~50대 중상위 자가소유층이다. 정원오의 '재산권 보호 + 행정 효능감' 메시지가 이 층에 작동하는지가 결정적이다.
메시지 4종 변형의 강남 4구 흡인력은 다음과 같이 시뮬레이션된다.
위 수치는 SPM 32셀 합성 페르소나 시뮬레이션 결과이며, 실측 조사 전 가설 가지치기용이다. 실측 패널 조사로 검증 후 V3.2에 반영한다.
확장↑ 변형이 강남 4구에서 가장 강한 흡인력을 갖는다. 다만 이 변형은 강북 코어 지지층(노년·중하위 자가)에서 -1.8%p의 역설적 이탈을 유발한다.
선택 문제 — 강남 +6.2 대 강북 -1.8의 순효과 +4.4%p를 감당할 것인가, 표준 변형으로 안정 유지할 것인가.
도전자 진영의 좁은 길
오세훈 캠프가 격차를 +5%p 이내로 좁히려면 강남 4구에서 +5%p 이상 추가 결집이 필요하다. 보수의 자연 결집만으로는 부족하며, 다음 중 하나 이상이 동반돼야 한다.
5월 중순 이후 정치 일정상 외부 변수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은 구간은 본선 D-14~D-7이다.
결론
본지 본선 환산법 결과 — 정원오 +10%p 본선 격차 유효, 강남 4구 결집도에 따라 ±3%p 진동.
도전자에게 지나치게 우호적이지도 않고, 정원오에게 안전권 메시지를 주지도 않는 결과다. 정원오의 50%대 표면 우위는 본선 직전 절삭 후에도 유의미하게 남지만, 강남 4구가 본선의 격전지로 남는다.
본선까지 5주 — 강남이 좌표를 결정한다.
필자: 원성묵 · 지방자치혁신연구원 원장 · 발행인 · 원작 게재: 2026-05-01 · 지방자치혁신뉴스(jachinews.kr)
📖 jachinews.kr 원문 보기 →
---
본 호는 지방자치혁신뉴스(jachinews.kr) 게재 칼럼을 그대로 큐레이션한 것입니다.
원성묵 지방자치혁신연구원 원장 · 지방자치혁신뉴스 발행인
혁신레터를 구독하세요
지방자치·선거·공공AI 혁신 소식을 전해드립니다.